나이 듦의 결을 따라, 감각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익숙한 삶에 우아한 변주를 더할 시간, 지금 당신만의 인생 킥을 시작하세요.
"전원생활, 정말 꿈 같기만 할까?"
이상과 현실 사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꿈꾸는 당신에게
- 이른 아침, 새소리에 눈을 뜨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들이키며 햇살을 맞이하는 풍경
- 텃밭에는 손수 키운 상추와 고추가 자라고, 오후엔 느긋이 책을 읽으며 보내는 하루
퇴직 후의 삶을 그려보는 어느 날, 마음 한편에 이런 장면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전원생활’은 바쁘게 살아온 그간 시간을 위로받고 싶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많은 중장년들이 말합니다. “언젠가는 자연으로 가고 싶다”, “은퇴하면 조용한 시골에서 살 거야.” 지친 도시의 삶을 벗어나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고 싶은 것이죠. 실제로 정부 조사에 따르면 60%에 가까운 중장년층이 전원생활이나 귀농·귀촌을 희망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 전원생활,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일까? 아니면 그저 ‘도시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낸 이상일 뿐일까? 지금, 그 꿈에 대해 조금 더 솔직하게 들여다보려 합니다.
◎전원생활의 진짜 모습, 맞이해야 하는 현실
우리가 상상한 전원생활은 대체로 ‘그림 같은 일상’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곳에 발을 디딘 이들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생각보다 전원생활은 그저 ‘쉼’이라기보다, 매일이 ‘작은 노동’의 연속입니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물리적인 불편함입니다. 도시에서는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되던 수도 문제나 난방 고장이, 전원에서는 직접 장비를 들고 뛰어야 할 일이 됩니다. 텃밭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체력을 요구하고, 제초나 제설 같은 계절성 작업도 만만치 않습니다. 농기구 사용이나 간단한 집수리조차 익숙하지 않다면 매일이 시행착오의 연속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은 사회적 고립감과 문화적 차이입니다. 도시는 익명성 속에서도 편의시설과 사람들과의 접점이 많지만, 시골은 물리적인 거리만큼이나 심리적인 거리도 존재합니다. 편하게 말을 걸 이웃이 없어 외로움이 깊어질 수 있고, 한적함이 오히려 적막함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또한 오랜 기간 그들만의 질서와 방식으로 살아온 마을에 새로 들어간 외지인은, 종종 ‘낯선 존재’로 받아들여지곤 합니다. 자신과 생활 방식이나 가치관이 전혀 다른 이웃들과 어울려야 하고, 동의하기 어려운 마을 관습이나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때론 조용히 지내고 싶지만, 이유 없이 마을 회의에 빠지기 어려운 분위기나, 특정 방식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는 문화가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골이니까 싸겠지’라는 생각은 오산입니다. 집을 짓거나 고치는 데 드는 비용, 겨울철 난방비, 차량 유지비, 예기치 못한 수리나 장비 구입 등으로 지출이 생각보다 큽니다. 도시보다 소비는 줄어들지만, ‘살기 위한 비용’은 결코 낮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의료 접근성은 간과하기 쉬운 현실입니다. 고혈압, 당뇨, 관절염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가까운 병원이 없다는 건 불안한 일입니다. 대형 병원을 가려면 몇 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상황은, 건강이 중요한 중장년에게 큰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낭만은 아름답지만, 그 낭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준비와 체력이 필요합니다.
◎자연을 포기할 수 없다면, 현실적인 대안은 ‘전월세 전원생활’
앞서 말씀드린 전원생활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삶을 꿈꾼다면 전세나 월세로 전원주택에 살아보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노후 준비 관련 서적을 다수 집필한 송양민 가천대 특수치료대학원장은 전원생활을 꿈꾸는 중장년층에게 이렇게 조언합니다. “코로나 이후 전원주택 건축 비용이 크게 올랐습니다. 예전엔 3억이면 지을 수 있었던 집이 지금은 견적만 6억을 넘는 경우도 많습니다. 초기 투자비용이 워낙 커진 지금, 집을 새로 짓기보다는 전월세를 고려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입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건축 비용뿐만 아니라, 이후의 유지·관리비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다면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시골에서 지내는 ‘5도 2촌’ 수습 기간을 가지면서 살아보고 몸에 맞는지 직접 느껴보는 것도 실패 확률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리고 전원생활의 시간 축을 길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눈 뜨는 게 큰 기쁨이지만 나이가 들어 부부 중 한 명이 먼저 떠나거나, 돌봄이 필요한 시기가 오면 그 집은 곧 ‘고독한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전원생활에 안착했던 분들 중에서도, 75세 전후에는 건강 문제로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낭만은 동경의 시작일 뿐, 삶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충분한 체험과 냉정한 현실 점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전원생활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알아봐야 할 5가지
도시를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준비와 현실적인 점검이 필요합니다. 전원생활을 계획 중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5가지를 알아보겠습니다.
1. 전원주택, 집을 선택하는 기준
전원생활의 시작은 ‘어떤 집을 선택하느냐’에서 결정됩니다. 도시에서는 아파트라는 정형화된 구조 속에서 살지만, 시골에서는 집의 구조와 위치, 자재, 난방 방식 등 다양한 요소가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전원주택을 고를 땐 ‘보기 좋은 집’보다 생활 동선, 유지비, 관리 난이도 등을 기준으로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생활비와 수입 파이프라인의 설계
전원생활에서 종종 간과되는 부분이 ‘돈’입니다. 도시보다 소비가 줄어들 거라 기대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고정지출이 있습니다. 난방비, 차량 유지비, 농기구 구입, 택배 수수료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월간 생활비 계획은 필수이며, 동시에 돈이 들어오는 파이프라인도 설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텃밭 농작물을 활용한 주말 직거래장터 판매, 마당의 별채를 에어비앤비로 운영, 지역 농산물 가공품을 만들어 온라인 판매하는 식의 수익 모델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 귀농 창업을 통해 소액 벌이를 지속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3. 응급상황 대비 시스템
시골은 의료 인프라가 약합니다. 도시처럼 가까운 병원이나 24시간 약국이 없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응급상황에 대비해 비상 연락망, 근처 병원·119 주소 정보, 지인 연락처 등을 잘 정리해둬야 합니다. 지역에서 운영되는 응급의료 이송 서비스나 보건소 차량 예약제도가 있는지도 사전에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4. ‘생활의 질’을 좌우하는 이웃과의 관계
도시에서처럼 적당한 거리감이 유지되는 이웃과는 달리, 시골에서는 ‘이웃’이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줍니다. 나와 결이 다른 삶의 방식, 정치적·문화적 생각을 지닌 이웃을 마주할 수 있고, 마을 행사나 전통이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적극적으로 융화되기보다, 존중과 유연성의 태도로 접근하되 내 기준과 선을 지키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혼자 있고 싶어서 시골로 왔다’는 사람들도 결국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5. 내 소비습관과 삶의 패턴이 전원생활과 맞을지
늦은 밤 배달음식을 시켜 먹던 습관, 필요할 때 언제든 나갈 수 있었던 쇼핑몰, 다양한 자극이 있는 도시의 삶에 익숙했던 사람이라면 이 고요함이 공허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전원생활은 단지 집터를 옮기는 일이 아니라, 삶의 리듬이 많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고립된 환경 속에서 만족하며 살 수 있을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속있는 전원주택? 10가지 체크리스트
전원생활에 대한 준비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면, 이제는 집을 선택할 차례입니다. 하지만 아무 집이나 고른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눈에 보이는 외관이나 멋진 풍경보다 더 중요한 건 실속과 지속 가능성입니다.
전원주택은 도시 아파트와는 완전히 다른 기준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전원생활에 대해 공통적으로 말하는 전원주택 선택의 현실적인 기준, 10가지 체크리스트입니다. 이 항목들을 하나씩 점검하며, 나에게 맞는 집인지 신중히 판단해보세요.
전원주택을 고를 때는 멋보다 실용성을 따져야 합니다. 유리창 많은 특이한 디자인, 단열이 약한 구조, 언덕 위의 집은 지속적인 유지·관리와 생활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하수만 쓰는 집, 목재 외장, 목조 2층 주택도 관리 비용과 안전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본인의 생활패턴과 전원생활의 리듬이 맞는지를 먼저 점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전원생활, ‘은퇴’가 아닌 또 다른 ‘출발’로
위에서 잠시 살펴봤듯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전원생활을 단순한 휴식이 아닌 삶의 두 번째 프로젝트로 삼고 있습니다. 일을 떠나 쉬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시골로 향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죠.
최근 귀촌한 한 60대 부부는 마을의 폐교를 활용해 작은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시에서의 경험을 살려 아이들과 농사를 짓고, 책을 읽고, 마을 축제를 기획합니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시간이 있고 마음이 있어서 가능한 일입니다.
또 다른 귀촌인은 시골에서 수제 치즈 공방을 시작해 지역 특산품으로 발전시키고, SNS를 통해 전국으로 판매망을 확장했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을 이제서야 시작한 셈입니다.
글을 써보고 싶었던 한 중년 여성은 전원주택 마당에서 마주한 사계절의 변화와 시골살이의 단상을 엮어 산문집을 출간했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만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나누는 것으로 삶의 에너지를 얻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원생활은 단지 일에서 물러나는 삶이 아니라, 하고 싶었던 것을 지금이라도 시작하는 삶, 다시 말해 의미를 창조하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낭만만 좇아 내려오면 실망도 클 수 있지만, ‘내가 어떤 역할로 살아갈 것인가’를 먼저 고민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더 단단한 삶을 쌓아갑니다. 전원생활은 은퇴의 끝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장(章)이 될 수 있습니다.
◎ 자신에게 묻자, 진짜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건 단순히 도시를 벗어나는 것인가, 아니면 나다운 삶을 찾는 것인가?” 전원생활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입니다. 도시의 소음, 반복되는 일상, 경쟁에 지친 몸과 마음은 종종 ‘시골’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위로를 받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전원생활’을 해답처럼 떠올립니다. 마치 그곳에 가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니라 삶의 태도입니다.
전원에 내려가면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르고, 자연이 말을 걸어올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민이 사라지거나, 의미 없는 삶이 자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 크게 고립되고, 삶의 동력은 더 빨리 식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전원생활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그 시작은 “나는 어떤 삶을 원하나”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나답게 일하고,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고, 소중한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가능합니다. 전원생활이 진짜 ‘해답’이 되려면, 그곳이 당신의 삶의 방식과 맞닿아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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